휘발성 유기화합물(VOCs)은 생소하게 들릴 수 있지만, 우리 일상 속에서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발생한다. 새로 산 가구, 인테리어 자재, 방향제, 청소용품 등에서 쉽게 퍼져 나오며, 두통이나 알레르기, 심할 경우 호흡기 질환까지 유발할 수 있다. 가스레인지 앞에서 요리를 할 때 가끔 생기는 두통도 이 때문이었다. 문제는 보이지도 않고, 냄새도 금방 익숙해져 버려 ‘신경을 안 쓰게 된다’는 것이다. 하지만 아주 간단한 실천만으로도 실내 공기질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. 직접 겪고 실행하며 효과를 본 실전 노하우가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.
새집증후군, 생각보다 오래간다
이사 직후, 집에만 있으면 머리가 무겁고 목이 칼칼했다. 처음엔 단순히 피로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, 시간이 지나도 증상이 계속됐다. 그제야 알게 됐다. 새 가구, 도배, 마루 바닥에서 나오는 폼알데하이드나 벤젠 같은 VOCs가 원인이었다. 창문을 자주 열어 환기했지만 여름철 더위 때문에 오래 열어둘 수 없었고, 에어컨을 켜면 오히려 공기 순환이 잘 안 됐다. 그러다 알게 된 게 ‘활성탄’을 활용한 간단한 공기 정화법이었다. 활성탄은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온라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고, 냄새 제거뿐 아니라 유기화합물 흡착에도 효과적이다. 작은 통에 활성탄을 담아 방마다 두었더니, 확실히 공기 냄새가 달라졌다. 퀴퀴한 냄새나 코끝이 찡하던 느낌이 사라지고, 집에 있어도 불편하지 않았다. 물론 2~3주마다 교체해 줘야 효과가 유지되지만, 그 정도 수고로움을 감수할 만큼 만족스러웠다.
공기청정기만 믿으면 안 되는 이유
한때 공기청정기에만 의존했다. 미세먼지 지수도 실시간으로 알려주고, 알아서 작동하니 편했다. 그런데 VOCs는 입자가 작고 가벼워 일반 공기청정기로는 100% 제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. 특히 집 안 곳곳에 숨은 ‘보이지 않는 방출원’이 문제였다. 방향제, 탈취제, 디퓨저 등 좋다고 뿌려둔 것들이 사실은 실내 오염의 주범이었다. 책에서는 이런 제품들이 오히려 실내 공기질을 더 나쁘게 만들 수 있다고 한다. 그래서 바로 다 치웠다. 대신 공기정화 식물을 들이기 시작했다. 스파티필름, 안스리움, 관음죽 등은 VOCs 제거에 효과적이고, 보기에도 좋아 인테리어 효과도 있었다. 단, 물 주기와 햇볕 관리를 정기적으로 해줘야 한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. 결국 ‘의식적인 관리’가 핵심이다.
작은 습관이 공기질을 바꾼다
결국 실내 공기질은 기계보다 생활 습관이 좌우한다는 걸 깨달았다. 최근엔 요리를 할 때도 반드시 창문을 열어둔다. 가스레인지 사용 중 발생하는 질소산화물도 VOCs 못지않게 유해하기 때문이다. 또 하나는 청소 제품의 선택. 이전엔 향이 강한 세제를 선호했는데, 이제는 무향·천연성분 중심의 세제를 고르게 됐다. 주방이나 욕실에서도 강한 세제보다는 베이킹소다나 구연산을 활용한 자연세정제를 사용한다. 또 한 가지. 신발을 집 안으로 들이지 않는 습관도 중요하다. 신발 바닥엔 외부의 미세먼지, 공사장 분진 등이 묻어와 VOCs와 함께 공기 오염의 원인이 된다. 이런 작은 습관들이 모여, 공기질을 바꾸고 삶의 질을 바꾸는 걸 직접 체감했다.
VOCs는 보이지 않기에 더 무섭다. 하지만 우리 생활에서 그 발생을 막을 수는 없더라도, 줄이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. 특별한 장비 없이도 환기, 생활용품 정리, 식물과 활성탄 활용 같은 작은 실천만으로도 실내 공기질은 눈에 띄게 개선된다. 지금 내 방에 무엇이 있는지, 어떤 냄새가 나는지부터 천천히 점검해보는 것이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.